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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득한 목걸이 주인 찾아주기

♡이야기가 있는 방/나의 이야기 방.

by 금자영 2020. 7. 3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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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있었던 자그마한 일상사를 옮겨 보았어요.

제가 사는 서울 강동구에는 일자산이라는, 매일 운동하기에 정말 좋은 '일자산'이 있습니다.

날마다 오르는 일자산 정상.

윗몸일으키기 운동기구에서 운동을 마치고 내려와서 누런 솔잎 낙엽 위에

무엇인가  색깔이 약간  다른 반짝이는 노란 것이 눈에 띕니다.

손으로 집어 올리니, 14K로 보이는 목걸입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잘 알 수가 없었지만 임자를 찾아 주리라 하며 집으로 갖고 와서

돋보기를 쓰고 봐도 잔글씨가 잘 안 보여 딸아이에게 한 번 봐달라고 하니 14K가 맞는 것 같다고 합니다.

어떤 방법으로 주인을 찾아 줄까 고민하다가 공고문을 써서 붙이기로 했습니다.

 

지난 4월 8일에

이곳에서 목걸이 잃어버리신 분

전화 주세요.

010-8070-5***

 

큼지막하게 사인펜으로 적은 다음, 비라도 오면 젖을까 하여 랩으로 두 번 돌려 감은 다음

위에 고정할 압정 2개, 그리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하기 위한 가늘게 찢은 비닐 끈 한 개.

 

이렇게 준비해서

다음날에 가서 운동기구에 누우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의 나무에 단단히 부착해 두고 와서 연락 오기를 기다립니다.

하루~이틀~ 닷새가 지나도 기다리는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연락은 오지 않고

이렇게 써 붙인 공고문을 보고

운동기구에 누우신 어떤, 나이 드신 아주머니께서,

목걸이 주인 찾는 문구를 입으로 뇌이시며 하시는 말.

"에유~ 누군지 몰라도 참~ 착허다". 하시는 말을 듣고 속으로 혼자 웃었답니다.

제가 바로, 그 착한 사람입니다. 할 수도 없고, 참...ㅎㅎㅎ

당연한 일인데 착하다는 말을 들으니 좀 쑥스럽더라고요.

 

아무튼지 간에.

주인이 안 나타나니, 궁금해지는 겁니다.

'매일 운동 오는 분이 아닌가? 아니면, 혹시 이 목걸이가 가짜라서 찾을 생각도 않고 관심도 안 두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동네 금은방에 들러

사정을 말하고 감정을 부탁했는데 잠깐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14K가 맞다고 합니다.

'아!~ 그럼, 찾으러 오겠군요. 감사합니다.' 인사를 남기고 돌아와서

진짜 금목걸이가 맞다니, 전화가 오겠지...

 

다시 기다리는 거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죠.

그리고,,,,,, 꼭 일주일 째 되는 날 오전, 핸드폰에 낯선 번호가 뜹니다.  드디어 왔구나~

예감은 맞았습니다.

 

일단, 진짜 주인이 맞는지 확인 절차 들어갔습니다.

잃어버린 목걸이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목걸이 추의 모양은 어떻게 생기고... 등을 확인하고

습득한 목걸이의 주인이 맞다는 걸 확인하고 만나기로 정한 곳으로 자전거로 후딱~달려 나갔지요.

강동구 둔촌 '푸르지오 아파트에 사신다는 그분은 주로 오전에 다른 운동을 하고, 산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자주 안 다니기 때문에

그날에서야 제가 붙인 공고문을 보았다는 겁니다.

 

그분이

"제가 급한 마음에 운동복 차림으로 연락을 해서 사례를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수중에 없어서..."

"아유~ 별말씀을요. 아닙니다. 저는 주인을 찾아드린 것 만으로 정말 기쁩니다."

 

정말 잘 됐다 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씽씽~달려 돌아왔네요.

그날 오후, 제가 운동 갔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그분의 전화를 받습니다.

 

"제가 지금  농협마트에서 딸기를 한팩 샀는데 어떻게 전해드리면 될까요? 

사시는 곳이 어디시죠?"

"어머나! 안 그러셔도 되는데 일부러 신경을 쓰셨네요.^^

그럼 제가 마침 둔촌 시장에 들르려던 참이니, 자전거로 후딱~그리로 갈게요."

 

다시 가서 그분을 만났는데 특별히 꾸미지는 않았지만, 강아지를 안고 있었고, 오전의 운동복 차림의 그분 모습과는

사뭇 다른 멋쟁이였습니다.

"뭘 이렇게 까지 신경을 쓰셨어요? 저는 주인 찾아준 것 만으로 기쁜 걸요."

"아니에요. 제가 너무나 고마워서요..."

"아무튼 사주신 거니 잘 먹을게요."

 

고마운 마음으로 가져와서 먹어봅니다.

이 딸기, 정말 맛있었어요.

사람들은 딸기가 다 그냥 딸기 맛이지, 무슨 특별한 맛이 있으려고?

하겠지만 특별한 사연이 있어서 그런가

뿌듯한 마음 때문에 그런가 정말 특별하게 맛있는 딸기였습니다.

 


 

 

 

 

 

 

정말 맛있는 딸기, 가장 특별한 딸기, 아마도 딸기만 보면

이 날의 즐거운 추억이 회상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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